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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우리회사의 점퍼 연대기(2010~2020)

by 골드미즈 2020. 5. 21.

일전에 회사 사장님께서 처음 제안했던 영업사원을 위한 겨울 점퍼 마련 이야기가 있었다.

시중에 파는 겨울잠바를 구매해서 회사 로고를 넣어서 입고다니면 모든 직원에게 통일감이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인 회사 사장의 혹독한 한국의 겨울나기가 힘들어서 아이디어를 내신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 제안을 했던 사장님은 이미 본국으로 리턴했어도 점퍼구매는 전통처럼 지금도 내려오고 있다. ㅎㅎ)

 

단체복을 만든다고 하면, 아직도 유니폼이 있냐? 는 반응부터 회사가 돈 대신 옷을 구매해주는게 무척 특이하다고들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회사 회계감사 나오는 회계사들도 "옷이요?" 하는 반응이였다.

그렇게 10년을 해왔으니 내가봐도 참 대단하다~ :)

 

일본은 패딩이 없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기껏해야 유니클로에서 파는 경량패딩정도지. )

지리적인 위치도 남쪽에 있고, 눈이 내리는 날도 극히 드물기 때문이며, 춥다고 난리를 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적어도 도쿄에는 없는 것 같기 때문에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입을 일이 없다.

한 일본인이 오리털 잠바가 뭐냐고 해서,,,

 

"오리를 잡아서 가슴털과 날개털을 뜯어서 잠바 안에 넣어입으면 옷이 부풀어져 따뜻한 보온 효과를 내는 잠바야"  라고

적나라하게 설명했던 적도 있다. ㅋㅋㅋ

 

요즘은 두꺼움을 없앤 구스다운, 거위 털을 압축해서 만든다지?

 

아무튼, 한국의 혹독한 겨울에 출장온 일본 출장자들이 정말 추우면 두꺼운 모직코트까지만 입고오는걸 봤는데,,,

한국의 겨울은 무척 춥다오 여러분~!

시베리아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베리아를 갈 일이 없으니 한국에 올때는 긴장하라우~!! 緊張せよ!

 


2010년 겨울

처음 영업사원을 위한 잠바를 당시 유행하던 노스페이스에서 검토할 때, 우리의 소수 여직원- 패션을 포기못했던 젊은 20대의 우리들은- 검정색이 싫어욧! -하면서 동일한 가격대에서 따로 고르겠다고 부탁드렸다.

 

FILA, 지금의 잘나가는 FILA보다 그때는 인기가 덜 했던 그 FILA

 

언급했듯이 우리는 그 당시 젊었다. 검정색이 싫어서 백화점 한바퀴를 돌다가 눈에 띠었던 FILA.

골드와 핑크중의 열띤 경합 중에, 우리는 핑크를 골랐다. 그 때는 젊었고, 눈에 보이는게 핑크가 이뻤던 나이였다.

경량패딩이 나오기 전이라 저렇게 오리털이 풍성하게 들어가고 올록볼록하게 주름이 잡혔다.

나는 2020년 올해 겨울에도 입었지만, 정말 여전히 따뜻하다. 최고 따뜻하다!! 

 

이미 2010년부터 점심시간때만 입고 다녀서, 인근 회사사람들은 알꺼다. 핑크잠바가 누군지 ㅋㅋ

지금은 나만 꾸준히 입고 있다.

 

올해 갓 들어온 신입사원은, 40대인 내가 핑크잠바를 직접 최근에 골랐다고 생각했다가 회사잠바라니까 크게 뭔가 납득한 표정이였다.  (주책맞게 핑크입고다니는 아줌마로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럴 수 있겠다... 헐)

 

여튼 FILA  휠라~ 잠바 울퉁불퉁 알록달록은 지금도 최고!! !


2015년 가을

 

또다시 영업사원들의 무채색 잠바를 고를 때가 왔고, 우리는 열심히 현대백화점에 발품을 팔아서 파란색 잠바를 골랐다.

지금은 없어진 브랜드인 빈폴스포츠 ⊙.⊙

색상이 밝으면서도 적당히 튀어서 등산용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일상생활에서도 입기 무난했다.

이 잠바 역시 아직도 책상의자에 걸어두고 있어 봄가을에는 이 잠바를 입고 점심을 먹으러 다닌다.

 

얘기했듯이 2010년의 핑크도 2015년에 블루색 점퍼를 소화하기에도 우리는 충분히 젊었다.

 

 

지금은 사라진브랜드 빈폴스포츠!

 

 


2020년 봄

 

우리가 다들 40대에 접어들었다. 회사는 오랫만에 또 로고가 들어간 점퍼를 맞추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는 굵직굵직하고 기억에 남는 점퍼만 썼지만, 보통 2년에 한번식은 점퍼를 맞춘것 같아서, 사진에 올리지 못했던 시즌도 있다만,  점퍼를 고르는 일이 어느순간부터 어렵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취향과 체형이 각자가 달라서 모두를 고려한 평범함을 고르는 일도 쉽지 않았고,

영업사원대비 여성직원이 적어서, 남성복은 대폭 할인받아 구입한 가격에 여성복도 맞춰야하다보니,,, 예산과 디자인 두 마리 토끼를 잡는것이 여간 쉬운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회사에서 공짜로 옷 맞춰주는 회사가 어디있냐며 지인들의 부러움과 "또 해준대?" 라는 말을 들으며, 열심히 고르러 백화점에 갔다.

 

남성직원들도 디자인을 많이 염두하다보니 임원들이 고른 DAKS 브랜드 보다는 올해는 젊게 Tommy 로 눈을 돌렸고, 하는 김에 나도 그냥 Tommy 여성복로 직진했다.

 

남성복은 흔한 네이비, 여성은 매장에서 베이지~ 바람막이로 입기 딱이다.

의외로 빨리 고르고 구입을 완료해서 올해는 쉬웠다.(?)

 

 

골드~ 카멜~ 고동색? 어떤 색으로 보이나요

 

 

 


핑크색 점퍼를 골랐을 때만해도 내 나이 40세가 되면 회사를 관두고 집에 있을꺼라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쌓여가는 점퍼가 나름 열심히 회사다닌 살아있는 증거가 되어버렸다.

 

원래는 올해 5월에 러시아블라디보스톡 사원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자연스럽게 취소가 되고, 그 돈으로 대신 점퍼를 해서 입었다고 하니, 블라디보스톡에도 더 가고 싶어졌다.

저 점퍼 입고 갔으면 딱이였을텐데~! ㅎㅎ

이렇게된거, 정년까지 다니면서 어디까지 맞춰보나 시합해봐야겠다!!

회사는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현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