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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2019년 김장 도전 (엄마의 보조비서)

by 골드미즈 2019. 11. 27.

일전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에서 웨일즈지방 외국인 쉐프가 김치를 만들어봤는데 그 맛이 안나더라며 김치강좌를 듣는 화면을 봤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프로그램

아마도 나처럼 그냥 배추사다가 양념 묻혀서 적당히 먹는거 라고 짧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김치의 깊은 맛에 대해서는 한국의 김장문화를 모른다면 앞으로도 쭈욱 모를거라 생각한다.

나도 잘 모를뻔 하다가, 엄마의 호출에 회사 휴가내고 오롯이 하루를 엄마와 함께 보냈다.

엄마는 항상 위대하다

나야 비록 하루 휴가를 냈다지만, 엄마는 그 전부터 조금씩 야채를 사서 다듬고 채썰며 미리 준비를 하고 계셨다.

 

무채는 아빠가 담당하시고, 갓, 쪽파, 미나리, 굴, 새우젓, 생새우 (생새우를 넣어야 맛있음이 오래간단다) 를 사서 다듬고, 손질하고,,, 나 쪽파 다듬는데만 1시간 걸렸다...(지금도 손에서 쪽파 냄새가 난다..-.-)

 

그리고, 생새우를 수차례 씻는데도 그 안에서 다채로운 잡어가 많이 나왔다. @.@

새우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왔던 녀석들부터, 조그마한 게새끼도 나었다. 씻으면서 골라내는 재미가 있었다.

 

 

절임배추는 주문.

엄마는 매년 "해남절임배추"를 시켰는데, 안타깝게 올 여름에 태풍 직격을 맞았더라는 뉴스를 보고 배추 상태가 어떨지몰라서 올해는 아쉽게 다른 곳에서 시켰으나 상태가 괜찮아서 만들면서도 그 맛이 기대되더라. (내가 하니까! ㅋㅋ)

 

오전에는 야채 다듬고, 새우랑 굴 사오고, 점심먹고 나서,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배추에 김치속을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배추는 총 60Kg를 시켜서 김치냉장고에 넣을 통 기준으로 한 8통 나왔다. 헙.......

앉으면 도리어 불편해서 몇시간을 계속해서 서서 작업을 하다보니 허리며 어깨 목 안 아픈 곳이 없었다.ㅠ.ㅠ

나야 그렇다치지만 엄마는 얼마나 더 힘이 드셨을까...

더 대단한건, 이 작업을 그 옛날 시집와서부터 쭈욱 하셨다니,,,

그 옛날에는 절인배추를 팔지도 않았을테니 그 작업부터 생각해보면...오마이가스레인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요즘 김장도 제사처럼 며느리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좋은 맛을 대대손손 남겨주고픈 어머님들이 어떤 마음인지는 알 것도 같으나,

요즘같이 편한 세상에 굳이 김치를 꼭 만들어 먹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편리함사이

플라스, 이 모든 불편한 작업은 왜 여자 그것도 며느리에게 전가하는가 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고부갈등을 저절로 야기시키는 불편함 속에 과연 김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및 이것도 제사와 같은 시월드의 불편한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나도 엄마가 한다니까 딸 입장에서 엄마를 위해 같이 동참한거지,, 다른 입장이였다면 무척 불편하고 하기 싫은 과정일게다.

 

어쨌든 김장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풀로 지새워서 무사히 끝이 났고,

엄마는 같이 할 사람이 있어서 좋았단다. 양념을 만들때 옆에서 소금넣어라~ 고추가루 넣어라~ 멸치액젓 세숟갈 넣어라 등등 주문을 했을 때 장갑을 벗지않은 채로 넣어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리하다며 연신 나와 같이 함을 좋아하셨다. (진짜?)

엄마 이거 봤슈? 미안해요ㅠㅠ

 

다 끝나고 집에가기전에 저 옆에 벽지테러를,, 엄마는 저 때까지는 분명 못보신게 분명하다.

내가 몰래 지워보려고 물티슈를 가지고 해봤는데, 안지워졌다....

그래서 신문지를 많이 붙이라고 하셨던게다..크하하하!! 하필 저 밑에까지 튀다니!!!!!!!!!!

 

남은 것은 엄마의 등짝스매싱이 아닐까..... so far so good :)

 

2019년도 김장은 벽지에 증거를 남겼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