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에서 웨일즈지방 외국인 쉐프가 김치를 만들어봤는데 그 맛이 안나더라며 김치강좌를 듣는 화면을 봤다.
아마도 나처럼 그냥 배추사다가 양념 묻혀서 적당히 먹는거 라고 짧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김치의 깊은 맛에 대해서는 한국의 김장문화를 모른다면 앞으로도 쭈욱 모를거라 생각한다.
나도 잘 모를뻔 하다가, 엄마의 호출에 회사 휴가내고 오롯이 하루를 엄마와 함께 보냈다.
나야 비록 하루 휴가를 냈다지만, 엄마는 그 전부터 조금씩 야채를 사서 다듬고 채썰며 미리 준비를 하고 계셨다.
무채는 아빠가 담당하시고, 갓, 쪽파, 미나리, 굴, 새우젓, 생새우 (생새우를 넣어야 맛있음이 오래간단다) 를 사서 다듬고, 손질하고,,, 나 쪽파 다듬는데만 1시간 걸렸다...(지금도 손에서 쪽파 냄새가 난다..-.-)
그리고, 생새우를 수차례 씻는데도 그 안에서 다채로운 잡어가 많이 나왔다. @.@
새우를 잡아먹기 위해 쫓아왔던 녀석들부터, 조그마한 게새끼도 나었다. 씻으면서 골라내는 재미가 있었다.
절임배추는 주문.
엄마는 매년 "해남절임배추"를 시켰는데, 안타깝게 올 여름에 태풍 직격을 맞았더라는 뉴스를 보고 배추 상태가 어떨지몰라서 올해는 아쉽게 다른 곳에서 시켰으나 상태가 괜찮아서 만들면서도 그 맛이 기대되더라. (내가 하니까! ㅋㅋ)
오전에는 야채 다듬고, 새우랑 굴 사오고, 점심먹고 나서,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배추에 김치속을 넣는 작업을 시작했다. 배추는 총 60Kg를 시켜서 김치냉장고에 넣을 통 기준으로 한 8통 나왔다. 헙.......
앉으면 도리어 불편해서 몇시간을 계속해서 서서 작업을 하다보니 허리며 어깨 목 안 아픈 곳이 없었다.ㅠ.ㅠ
나야 그렇다치지만 엄마는 얼마나 더 힘이 드셨을까...
더 대단한건, 이 작업을 그 옛날 시집와서부터 쭈욱 하셨다니,,,
그 옛날에는 절인배추를 팔지도 않았을테니 그 작업부터 생각해보면...오마이가스레인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요즘 김장도 제사처럼 며느리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하나의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좋은 맛을 대대손손 남겨주고픈 어머님들이 어떤 마음인지는 알 것도 같으나,
요즘같이 편한 세상에 굳이 김치를 꼭 만들어 먹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편리함사이
플라스, 이 모든 불편한 작업은 왜 여자 그것도 며느리에게 전가하는가 하는 뉘앙스가 있어서 고부갈등을 저절로 야기시키는 불편함 속에 과연 김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및 이것도 제사와 같은 시월드의 불편한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나도 엄마가 한다니까 딸 입장에서 엄마를 위해 같이 동참한거지,, 다른 입장이였다면 무척 불편하고 하기 싫은 과정일게다.
어쨌든 김장은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풀로 지새워서 무사히 끝이 났고,
엄마는 같이 할 사람이 있어서 좋았단다. 양념을 만들때 옆에서 소금넣어라~ 고추가루 넣어라~ 멸치액젓 세숟갈 넣어라 등등 주문을 했을 때 장갑을 벗지않은 채로 넣어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편리하다며 연신 나와 같이 함을 좋아하셨다. (진짜?)
다 끝나고 집에가기전에 저 옆에 벽지테러를,, 엄마는 저 때까지는 분명 못보신게 분명하다.
내가 몰래 지워보려고 물티슈를 가지고 해봤는데, 안지워졌다....
그래서 신문지를 많이 붙이라고 하셨던게다..크하하하!! 하필 저 밑에까지 튀다니!!!!!!!!!!
남은 것은 엄마의 등짝스매싱이 아닐까..... so far so good :)
2019년도 김장은 벽지에 증거를 남겼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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